Monday, September 6, 2010

  내 고향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람들의 한살이는 내 아버지 세대의 한살이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일본에서 거슬러 되짚어 확인해 낸 아버지의 한살이 역시 나의 한살이와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나는 이제, 내 아들 마로의 한살이 역시 나의 한살이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일본에서 모셔 온 아버지의 유골을 어머니 옆에다 모신 날, 그 작고 척박한 선산,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아버지와 어머니 무덤 앞에서, 깊이 배운 것도 없고 많이 가진 것도 없는 나의 형님 유선(裕善)은 말했다.

  「보게 이 사람아, 고조부모 묘소를 우리가 찾지 못하는 것처럼, 먼 훗날에는 우리 자손들도 여기에 있는 우리 부모님 묘소를 찾지 못하는 날이 올걸세. 부모님 산소 아랫자리는 우리가 묻힐 것임에 분명한 자리 아닌가? 저 자리 역시, 고인총상금인경(古人塚上今人耕) 한다시던 우리 어머니 말씀대로 언젠가는 밭이 되고 말 것이네. 우리가 고조부모 묘소를 찾지 못하고 있듯이 장차 우리의 자손들도 우리 묻힌 자리를 찾지 못할 것이 분명해 보이지 않는가? 그렇게 돌고도는 것임에 분명 하네.

  우리가 두런거리고 있는 지금 이 시각에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틀림없이 우리 옆에 계실 것이네. 나무가 되어 자라거나 꽃이 되어 피어 계실 것이네.

  우리가 그렇게 믿는데, 어딜 가시겠는가?

  우리 자식들이 이 선산에 우리처럼 이렇게 앉아 두런거리고 있을 때 우리가 여기에 있지 어디에 있겠는가? 아이들이 그렇게 믿는데 우리가 어디로 가겠는가?

  우리가 죽은 뒤에도, 마로와 진학이가 이 자리에서 이렇게 두런거릴 것인데 오늘의 이 같은 광경이 이곳에서 되풀이될 것이니 이곳을 우리의 저승으로 삼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고향에서 살다가 죽고 싶다는 것, 타향에 살다가도 죽음만은 고향에서 맞고 싶다는 것이야말로 자네가 즐기는 말마따나 죽음을 미리 죽어 두고 싶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참으로 잘 돌아왔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매일 잠을 자면서, 죽음을 모른다고 해서는 안 되지요.잠이 곧 작은 죽음인 것을요. 부모님이 살고 떠나고 묻힌 이 선산자락에 앉아서, 저승을 모른다고 해서는 안 되지요. 이곳이 곧 그분들의 작은 저승인 것을요…….

  유선 형의 말이 내 마음에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 이윤기, 『하늘의 문』 중에서

8:34 p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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